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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dership

리더의 시답잖은 농담, 직원 피로 높인다

박종규 | 417호 (2025년 5월 Issue 2)
Based on “Faking it with the boss’s jokes? Leader humor quantity, follower surface acting, and power distance” (2024) by Hu, X., Parke, M. R., Peterson, R. S., & Simon, G. M. in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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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왜 연구했나?

직장에서 유머를 잘 활용하는 리더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리더의 농담이 조직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며, 궁극적으로 직무 만족도를 높인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기존 연구들 역시 리더의 유머 표현이 직원들의 정서적 긍정성을 높이고 업무 환경을 더욱 즐겁게 만든다고 밝혔다. 심지어 리더의 유머가 조직의 성공에 기여한다는 시각도 있다. 직원들이 업무에 만족하고 감정적으로 건강할수록 조직의 성과는 향상되며 이직률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리더가 유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나아가 유머 감각이 뛰어난 리더가 더 성공적인 경력을 쌓을 수 있다는 인식도 존재한다. 한 설문조사 결과1 에 따르면 상당수의 리더가 유머가 자신의 리더십과 경력 발전에 중요한 요소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정말 리더가 유머를 많이 사용할수록 조직과 직원들에게 무조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리더의 유머와 관련된 기존 연구들은 두 가지 중요한 맹점이 있다. 첫째, 리더가 유머를 표현하는 것 자체(유머의 양, Humor Quantity)와 그 유머가 실제로 재미있게 받아들여지는 것(유머의 질, Humor Quality)이 혼동돼 왔다. 즉 기존 연구들은 리더가 유머를 자주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직원들의 정서적 긍정성이 증가한다고 가정했다. 하지만 리더가 농담을 많이 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직원들에게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억지로 웃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둘째, 직원들이 리더의 농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감정 조절(Emotion Regulation)의 개념이 간과됐다. 유머가 단순히 직원들의 감정을 유발하는 요소라고 간주됐을 뿐 직원들이 리더의 농담에 대해 실제 감정을 어떻게 조절하고 표현하는지는 제대로 분석되지 않았다. 직장에서 높은 지위에 있는 리더가 농담을 하면 직원들은 단순히 농담이 재미있다고 느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조직 내 관계와 기대에 맞춰 ‘반응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 런던정경대, 런던비즈니스스쿨, 펜실베이니아대 경영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리더의 유머 표현이 직원들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정적인 감정과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바탕으로 설계됐다. 첫째, 리더의 유머 사용 빈도(Humor Quantity)가 직원들의 표면적 감정 조절(Surface Acting)을 증가시키는가? 참고로 여기에서 표면적 감정 조절은 개인이 실제로 느끼는 감정과 다르게 겉으로만 특정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리더의 유머 사용이 실제로 직원들의 감정적 피로와 직무 만족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즉 유머를 자주 사용하는 리더일수록 직원들이 더 큰 부담을 느껴서 업무 만족도가 낮아질 수도 있는가? 셋째, 직원들의 ‘권력 거리(Power Distance)’2 에 대한 인식이 리더 유머와 감정 조절의 관계를 강화하는가? 권력 거리는 조직에서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의 관계를 얼마나 위계적으로 받아들이는지를 의미한다. 따라서 상사와의 거리가 더 멀다고 느끼는 직원일수록 상사의 유머에 더 크게 반응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팀은 총 세 가지 연구를 수행했다. 첫 번째 연구는 중국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현장 실험(Field Experiment)이다. 일부 리더에게 평소보다 유머를 더 자주 사용하도록 요청한 뒤 그 영향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관찰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유머를 자주 사용하는 리더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실제로 재미를 느껴서 웃기보다는 조직 내 분위기와 기대에 맞추기 위해 ‘가짜 웃음’을 짓는 경우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감정적으로 지치게 됐고 결과적으로 직무 만족도가 낮아졌다.

두 번째 실험 연구는 미국에서 진행됐다. 여기선 리더의 유머 사용 빈도뿐만 아니라 개인이 느끼는 ‘권력 거리’에 대한 인식도 함께 고려했다. 권력 거리가 멀다고 느끼는 사람들일수록 리더의 농담에 더욱 과장된 반응을 보였고 실제 감정과 다르게 웃음을 표현하는 경향이 강했다. 의도적인 감정 조절이 지속되면서 개인들의 감정적 피로도가 높아지고 결국 직무 만족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 세 번째 연구는 중국 IT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실제 직장에서 직장 내 유머 사용이 감정 조절 및 업무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앞선 두 연구와 동일하게 리더가 농담을 많이 할수록 직원들의 표면적 감정 조절이 증가했고 이는 감정적 피로를 높이고 직무 만족도를 낮췄다. 특히 리더와의 권력 거리가 멀다고 느끼는 직원들일수록 이러한 영향을 더욱 강하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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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이 연구는 리더의 유머가 직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의 통념을 깨고 유머의 양과 질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리더가 유머를 자주 사용할수록 직원들이 진심으로 즐거워하기보다는 분위기에 맞춰 ‘가짜 웃음’을 짓게 될 가능성이 더 크며 감정적 피로를 느껴 직무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 특히 권력 거리가 높은 조직에서는 이러한 부정적인 영향이 더욱 두드러진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혀냈다.

직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면적 감정 조절, 즉 감정적 연기의 대표적인 사례는 고객 서비스 직원들이 기분이 좋지 않아도 고객 앞에서 미소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리더가 농담을 하면 부하 직원들은 실제로 재미있지 않더라도 웃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표면적 감정 조절이 지속되면 심리적 에너지가 소모되면서 감정적 피로가 증가하고 직장 생활에 대한 만족도와 몰입도가 낮아질 수 있다. 조직 분위기를 좋게 만들려는 리더의 의도가 오히려 직원들에게 정서적 부담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조직 내 권력 거리가 클수록 더욱 두드러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이 호칭 파괴3 등을 통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기업은 아직도 상사-부하 직원 간 상하 관계가 명확한, 즉 권력 거리가 먼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는 상사의 말에 대한 직접적인 반박이나 솔직한 피드백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강하며 부하직원들은 상사의 기대에 맞춰 행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리더의 유머 사용이 직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리더들은 단순히 유머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순간에 질 높은 유머를 활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자신이 속한 조직이 아직 상하 관계가 명확한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을수록 유머의 질과 맥락을 고려해 적절한 타이밍에 사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 박종규[email protected]

    뉴욕시립대 경영학과 조교수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LG인화원에서 근무했으며 타워스왓슨과 딜로이트에서 HR과 전략 컨설팅을 수행한 바 있다. 현재 미국 로스웰앤드어소시에이츠(Rothwell & Associates)의 파트너로도 일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 개발이다. 저서로 『무엇을 바라볼 것인가: 천재들을 이끈 오펜하이머 리더십(2024, 터닝페이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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