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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ity

아침형? 저녁형? 생체시계 따라 창의력 달라

김세진 | 406호 (2024년 12월 Issue 1)
Based on “There is a time to be creative: The alignment between chronotype and time of day” (2022) by Kühnel, Jana, Ronald Bledow, and Markus Kiefer in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65(1).



무엇을, 왜 연구했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밤중에 창의력이 샘솟는 사람도 있다. 이런 차이는 단순히 취향이 달라서 나타나는 걸까. 그렇지 않고 우리들 몸속에 숨어 있는 생체시계와 관련이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17년 노벨 생리학상 수상자인 제프리 홀과 마이클 로스바시의 연구를 토대로 비엔나대 등의 연구진은 인간 신체 내부의 생체시계와 창의성 사이에 흥미로운 연관성을 발견했다. 생체시계에 따라 우리의 수면, 호르몬, 체온이 영향을 받는 것처럼 창의성도 마찬가지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개인 고유의 생체시계 유형(Chronotype)에 따라 개인별로 가장 활기차게 활동할 수 있는 시간대와 수면 패턴이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소위 ‘아침형 인간’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아침에 가장 활력이 있고 생산적인 모습을 보이는 반면 ‘저녁형 인간’들은 하루 중 늦은 시간대가 돼야 본격적으로 생산성이 높아지기 시작한다. 이런 차이는 단지 개인적 선호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입증된 생물학적 특성이다.

본 논문은 만약 개인별로 생체시계가 다르다면 시시각각 생기는 창의성의 변동도 생체시계 유형 때문에 나타날 것이라는 데 착안해 ‘동기화 효과 (synchrony effect)’에 주목했다. 여기서 말하는 동기화 효과란 일하는 시간이 자신의 생체시계와 잘 맞아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아침형 인간이 아침에 창의적인 일을 하고, 저녁형 인간이 저녁에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으면 동기화 효과가 높은 경우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동기화 효과가 더 높을 때 사람들이 더 창의적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첫 번째 연구에서 연구진은 회사원들의 생체시계 유형과 창의성을 오전과 오후 시간대에 각각 측정해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생체리듬 유형에 따라 창의성의 하루 중 변동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아침형(morning chronotype) 인간의 경우 시간대별로 창의성의 변화가 상대적으로 적었으나 저녁형(evening chronotype) 인간은 시간이 경과할수록, 즉 오전에서 오후로 흘러갈수록 창의성 지표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두 번째 연구에서는 창의적 직무를 수행하는 직장인들의 시간대별 창의성 변화를 연속적으로 측정했다. 놀랍게도 표본 전체에 걸쳐 창의성의 수준이 일과가 진행됨에 따라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패턴이 관찰됐다. 이는 당초 아침형 인간의 창의성은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을 깬, 가설과 상반된 결과였다.

이에 세 번째 연구에서는 정교한 방법론을 적용해 319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하루에 4회에 걸쳐 수시로 개인의 변화를 추적하는 경험 샘플링 방법(experience sampling method, ESM)을 사용했다. 이 연구는 선행 연구의 결과를 재검증하고 창의성, 긍정적 정서, 창의적인 자기 효능감이 하루에 걸쳐 계속해서 변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본 결과 생체리듬이 아침형인 개인의 경우 시간 경과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강해졌으며 반대로 생체리듬이 저녁형인 개인들은 시간 경과에 따라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그리고 생체리듬이 이른 시간대에 활성화되는 유형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창의적 자기 효능감과 긍정적 정서가 떨어지게 되고 이 둘을 매개로 창의성까지 궁극적으로 저하되는 매개 효과가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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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는 기업들이 창의적인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생체시계를 반드시 고려해야 하며 생체시계가 창의성에 무척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준다. 많은 관리자는 창의성을 마치 고정된 능력이라고 여기곤 한다. 하지만 본 연구는 이것이 잘못된 생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창의성은 하루 동안 끊임없이 변화하며 이런 변화의 패턴은 개개인별로 매우 다르다. 어떤 직원들은 창의성이 아침에 이미 절정에 도달해 점점 떨어지고, 어떤 다른 직원들은 늦은 오후나 저녁에 더 빛나는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인간의 생체시계가 유전자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성인의 생체시계 유형을 결정짓는 요인의 약 50%가 유전적인 요인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생체시계에 따른 차이는 개인의 의지로 바꾸는 게 어려울 수 있다. 즉 개인의 의지박약을 탓하거나 억지로 바꾸려 하는 시도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직원들에게 자신의 생체시계에 맞춰 업무를 조정할 수 있는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창의적 사고가 필요한 핵심적이고 중요한 과제는 각자의 생체시계에 맞는 황금 시간대에 배치하고 이 시간만큼은 불필요한 회의나 일상적인 업무에 시달리지 않도록 보호해야 할 것이다. 반면 단순 반복적인 업무는 다른 시간대로 미뤄도 무방하다.

둘째, 직원들 스스로가 자신의 생체시계 유형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확실한 아침형이나 저녁형 직원들의 경우 자신의 창의력이 반짝일 수 있는 시간을 사수하는 시간 관리가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반면 애매한 시간대에 창의력이 높아지는 중간형 직원들은 시간대에 따른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는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관리자들은 모든 직원의 창의성이 똑같은 패턴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팀원들에게 획일적인 근무 시간을 요구하지 않고 그들의 창의성을 올바르게 평가하고 비현실적인 기대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직원들의 창의성을 최대한 끌어내고 싶다면 그들의 생체시계를 존중하고 이에 맞춘 유연한 업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임을 명심해야 한다.
  • 김세진[email protected]

    포틀랜드주립대 조교수

    필자는 고려대 경영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조지아공과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 연구 분야는 창의성과 비윤리적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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