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끓는 냄비 속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개구리에 비유했던 맥킨지는 2025년, 본격적인 인구 감소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으로 위기 국면에 놓인 한국기업에 ‘뜨거운 물을 강제로 끼얹어서라도’ 냄비 속 개구리를 반드시 탈출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존의 대기업과 특정 제조업 중심의 성장 공식에서 벗어나려면 스타트업, 중소기업과 다양한 유형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과감한 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반도체와 AI 분야 등 유망 산업에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고 유치해야 한다. 2025년,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새로운 성장 곡선(S-curve)으로 나아가기 위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지난 80년간 한국의 산업계가 걸어온 길은 순탄치 않았다. 전후 모든 산업시설이 폐허가 됐던 1950년대의 혼란, IMF 구제금융을 동반했던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여러 차례 큰 어둠이 드리웠다. 위기 와중에도 한국은 과감한 산업 구조 개편과 신시장 발굴, 기술 투자 등을 통해 두 차례의 급성장 곡선(S-curve)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제1의 성장곡선(S-curve)은 1960~1980년대 중화학공업 중심의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로의 전환, 제2의 성장곡선(S-curve)은 1980~2000년대 첨단 제조 산업의 부상이다. 이런 두 차례의 경제 상승에 힘입어 한국은 오늘날 세계 경제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 미래 글로벌 산업의 선두에 서 있다.
그런데 2025년 현재, 한국 기업은 다시금 큰 위기에 직면했다. 장기화된 저성장에 이어 본격적인 인구 감소 국면, 급격하게 변화하는 미·중 관계와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 정치·사회적 불확실성 등 도전 요인이 산적해 있다. 이런 지각변동을 기존 산업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산업 재편과 신성장 동력 발굴의 기회로 삼아 제3의 성장곡선(S-curve)을 그려낼 수 있을지의 기로에 놓여 있다.
복합적인 불확실성 속에서 확실한 한 가지는 과거의 성장 공식이 오늘날, 그리고 앞으로의 시장 환경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2013년 맥킨지는 한국 경제를 ‘서서히 가열되는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한 일명 ‘개구리 한국 경제’ 보고서를 통해 생산성 저하와 중산층의 재무 위기 등 국가적인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문제 인식과 해결 방안이 부재한 상황을 지적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2023년, 맥킨지는 국가 경제 보고서 ‘한국의 다음 성장곡선(Korea’s Next S-curve)’을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서 맥킨지는 인구구조 불균형과 글로벌 경쟁의 심화로 ‘냄비 속 끓는 물의 온도가 더욱 올라갔다’고 분석하며 ‘끓는 물의 온도가 내려가기만을 기다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필자는 다트머스대 전자공학과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행정학석사(MPA),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를 졸업했다. 이차전지와 반도체, 전기차를 비롯한 첨단산업과 사모펀드 분야에서 주로 활동하며 크로스보더 인수합병(M&A)에 특화된 전략 및 재무 전문가이다. 맥킨지 한국오피스가 2023년 발표한 국가 경제 보고서인 『한국의 다음 성장곡선(Korea’s Next S-curve)』의 공저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