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1956년 대전역 앞 천막에서 찐빵 장사로 시작한 성심당은 튀김소보로, 딸기시루 등 메가 히트 상품을 개발하며 전국에서 입소문 난 대전 명물 빵집으로 성장했다.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SPC그룹 계열사 중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199억 원)과 CJ그룹 계열사 중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214억 원)을 뛰어넘었다. 성심당이 위기를 딛고 전국에서 사랑받는 장수 빵집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성공의 ‘비밀(BE MIL)’은 지역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로컬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모든 이해관계자를 포용하는 EoC 경영을 실천한 점이다. 일본 벤치마킹 투어 등 인재 양성에 투자하며 제품을 꾸준히 혁신하고 고객 가치를 우선하며 가성비 제품을 선보이는 데 집중한 점도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드는 데 한몫했다.
“우리 가족이 살아난다면 평생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살겠습니다.”
폭파되는 흥남부두를 바라보며 기도했다. 1950년 6·25 전쟁 중 피란민을 실은 마지막 배,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부두를 출항한 직후였다. 아내와 네 딸이 무사히 살아남는다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살겠다고, 가장은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렸다. 이틀간 바다를 달린 배는 12월 25일 경상남도 거제도에 무사히 도착했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이었다.
거제를 거쳐 경남 진해에 머물던 가족은 냉면을 삶아 팔며 생계를 이어갔다. 전쟁 통에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힘든 시절이었지만 메러디스 빅토리호에서 올린 기도를 잊지 않았다. 하루 장사가 끝나면 남은 냉면을 주위의 배곯는 이웃들과 나눴다. 그렇게 3년을 버티니 평화가 찾아왔다. 전쟁이 멈추고 새 생명도 찾아왔다. 첫아들 영진이었다.
1955년 서울로 가는 기차가 개통되고 이듬해 영진의 가족은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남한에서 가장 큰 도시, 서울로 가 새로운 기회를 찾을 요량이었다. 그러나 열차는 대전에서 멈춰 섰다. 당시엔 기차가 한번 고장 나면 고치기 어려웠기에 기약 없이 기다려야 했다. 영진의 가족은 기차에서 내려 역사를 빠져나왔다. 눈앞에 펼쳐진 대전역 광장은 생각보다 활기찼다. 사람도 많고 노점도 즐비했다. 영진의 가족은 당초 목적지였던 서울까지 가지 않고 대전에 남기로 마음먹었다.
대전 정착을 결심하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성당이었다. 영진의 가족은 북한 공산주의 정권의 종교 박해에도 신앙을 지킬 정도로 신실한 가톨릭 신도였다. 이들이 찾은 대전역 인근 대흥동 성당에는 대전 지역 고아들의 아버지라 불린 오기선 신부가 주임신부로 있었다. 흥남에서 피란길에 오른 후 이곳까지 오게 된 그간의 사정을 설명하자 오 신부는 밀가루 두 포대를 영진의 가족에게 건넸다. 며칠 후 부부는 대전역 앞에 천막을 치고 선물 받은 밀가루로 찐빵을 쪄서 팔기 시작했다. 밀가루로 쉽게 할 수 있는 장사가 이것이었기 때문이다. 천막 기둥에는 가게 이름을 적은 팻말도 비스듬히 세웠다. 예수님의 마음을 기린다는 뜻의 ‘성심당(聖心堂)’이었다.
1956년 밀가루 두 포대로 시작한 성심당은 어느덧 창업 70년을 목전에 둔 장수기업이 됐다. 대전역 앞 천막이었던 매장은 현재 대전 중구 은행동에 자리한 본점을 비롯해 대전역점, 롯데백화점 대전점, 대전컨벤션센터점, 성심당 케익부띠끄 등 대전 지역 5개 지점으로 확장했다. 성심당을 세운 고(故) 임길순 창업자에 이어 첫째 아들인 임영진 대표가 경영을 물려받았고 튀김소보로 등 성심당의 메가 히트 상품을 개발했다. 핵심 사업인 베이커리에서 경양식 돈까스로 유명한 ‘테라스키친’, 이탈리안 레스토랑 ‘플라잉팬’ ‘삐아또’, 자가제면소 ‘우동야’, 케이터링 브랜드 ‘오븐스토리’ 등 5개 외식 브랜드로 확장하며 몸집은 더욱 커졌다. 최근에는 과일을 담뿍 담은 시루 케이크 시리즈로 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전국에서 손님이 몰리는 대전 지역 명물로 거듭났다. 성심당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로쏘는 2023년 매출액 1243억 원, 영업이익 315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SPC그룹 계열사 중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199억 원)과 CJ그룹 계열사 중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214억 원)을 뛰어넘었다. 성심당이 위기를 딛고 전국에서 사랑받는 장수 빵집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성심당의 성장 스토리와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성심당을 만든 세 번의 위기찐빵 장사를 하던 초기 성심당은 하루에 찐빵 300개를 만들면 100여 개를 이웃과 나눴다. 특유의 나눔 정신이 입소문을 타며 단골 손님이 차츰 늘었다. 노점을 연 지 2년 만에 성심당은 인근의 작은 월세 가게로 자리를 옮겼다. 업종도 제과점으로 바꾸며 사업을 확장했다. 미국이 밀가루를 무상 원조하던 시기라 제과업을 하기에 좋은 환경이었다. 장사가 꾸준히 잘됐지만 1974년 여름, 성심당은 첫 위기를 맞는다. 당시 창업자 부부는 고급 제빵 기술을 알지는 못했기에 제빵 기술자들을 고용해 성심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자신들에게 의존하는 경영상의 약점을 파악한 제빵 기술자들은 가불을 요구하거나 태업하는 일이 빈번했다. 더 이상 가불을 해줄 수 없다고 하니 공장장이 하룻밤 사이 제빵 기술자 네 명을 데리고 잠적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첫 번째 위기는 첫째 아들인 임 대표의 제빵 입문 계기가 됐고 이를 바탕으로 성심당의 새로운 페이지가 열렸다. 임 대표는 빠르게 제빵 기술을 습득하면서 성심당 운영을 안정화시켰다. 제빵 일을 시작한 지 6년이 될 무렵인 1980년에는 새로운 공장장과 함께 성심당의 메가 히트 상품인 튀김소보로를 개발했다. 당시만 해도 빵집에서 판매하는 빵의 종류는 다양하지 않았다. 단팥빵과 소보루, 도넛, 크림빵이 대부분이었다. 임 대표는 달콤한 단팥빵과 고소한 소보로, 바삭한 도넛을 한번에 맛볼 수 있는 메뉴를 고민했다. 그 결과 발효한 반죽빵에 팥앙금을 넣은 뒤 표면에 소보로를 첨가하고 도넛처럼 튀겨낸 튀김소보로를 개발했다.
제품뿐만 아니라 생산도 혁신했다. 튀김소보로를 만드는 과정을 손님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불량식품이 심각한 사회 문제였다. 임 대표는 매장 안에 생산 라인을 설치해 손님들의 바로 눈앞에서 직접 튀김소보로를 만드는 방식으로 제품에 대한 신뢰를 높이려 했다. 튀김소보로를 튀기는 냄새와 기름 끓는 소리는 손님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구경하려 모인 사람들이 지나가는 행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어느덧 튀김소보로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긴 줄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게 됐다. 손님들이 몰려 구매 수량을 최대 세 개로 제한할 정도였다. 그야말로 희대의 히트작이었다.
1990년대 초까지 성장 가도를 달리던 성심당은 1996년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임 대표의 남동생이자 창업자 부부의 막내 아들이 프랜차이즈 사업 확장을 위해 주식회사 성심당을 세운 것이다. 임 대표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류를 따라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드는 것에 반대했다. 그러나 이미 굳힌 결심을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곧이어 개인사업자 형태로 운영되던 임 대표의 성심당을 두고 남동생이 세운 프랜차이즈 성심당이 새로 생긴다는 소식에 직원들은 동요했고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다. 사업을 시작하는 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창업주 아버지의 설득으로 임 대표 소유의 건물을 남동생에게 넘기면서 자금 사정도 악화됐다.
한편 대전과 충남 지역, 서울 롯데월드 지점까지 가맹점 수가 최대 24곳까지 늘었던 프랜차이즈 성심당 역시 점점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프랜차이즈 성심당으로 배달되는 빵맛이 대전 시민을 비롯한 기존의 성심당 고객들에게 익숙한 맛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성심당이 변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고 2000년대 들어 프랜차이즈 성심당은 매년 매출이 하락했다. 자금난을 이기지 못한 프랜차이즈 성심당은 2003년 결국 최종 부도 처리됐다. 성심당이 맞은 두 번째 위기였다.
한번 꺾인 성장세는 회복하기 어려웠다. 프랜차이즈 성심당이 평판을 잃으면서 임 대표의 성심당도 매출이 줄고 빚 부담이 커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2005년 또 다른 악재가 터졌다. 큰불이 난 것이다. 옆 건물에서 일어난 화재가 성심당으로 번져 3층 공장이 전소되는 큰 사고였다. 그러나 세 번째 위기는 성심당을 다시 일으킨 계기가 됐다. 뜻밖의 영웅들이 등장한 덕분이다. 바로 성심당 직원들이다. 직원들은 ‘잿더미 속의 우리 회사, 우리가 일으켜 세우자!’란 현수막을 걸고 새카맣게 그을린 식기와 기계를 추운 겨울 맨손으로 닦기 시작했다. 부지런히 발품 팔아 중고 기계를 들여와 임시 공장을 가동했다. 화재로 탄 건물을 부동산에 내놓았던 임 대표는 직원들의 절실한 모습을 보고 포기하려던 마음을 다잡았다.
“건물 안 팝니다!” 잿더미로 변했던 성심당은 직원들의 합심으로 단 6일 만에 복구됐다. 다시 문을 연 매장엔 기쁨과 감격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성심당이 위기를 극복해내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대전 시민들은 열렬히 호응했다. 격려와 응원의 의미로 화끈하게 지갑을 열었다. 화재 이후 재단장해 문을 연 성심당 매출은 이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 그야말로 전화위복의 기적이었다.
전국 입소문 난 대전 명물, 성심당의 성공 요인
화재를 딛고 일어난 성심당은 이듬해인 2006년 창업 50주년을 맞는다. 위기 극복의 힘이 돼준 대전 시민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자 높이 60㎝, 길이 10m짜리 대형 축하 케이크도 만들었다. 성심당 50주년 슬로건은 ‘함께한 50년, 함께할 50년’이라고 짓고 신제품인 ‘대전부르스 떡’도 출시했다. 대전과 성심당의 50년 인연을 상징하는 의미를 가진 제품으로 약 20년이 지난 지금도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성심당과 대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박삼화 성심당 상무이사는 “성심당은 대전 시민들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기업이라는 점을 잊지 않고 지역 사회에 기여하며 로컬 브랜드로서 공고히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삼아왔다”고 말했다. 성심당은 주주는 물론 고객, 직원, 나아가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해온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이해관계자와 이익을 나눌수록 매출은 커졌고 어느덧 대전 지역을 대표하는 명물 빵집으로 자리매김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성심당의 5가지 성공 요인을 정리했다.
1. 지역을 대표하는 로컬 브랜드성심당은 대전에 뿌리를 둔 지역 정체성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이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타 지역의 입점 러브콜도 모두 고사했다. 롯데백화점의 제안으로 2011년 대전 서구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대전점에 입점한 성심당은 개점 직후 꾸준히 평일 700만 원, 주말 12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며 성공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성심당의 성과는 롯데백화점 본사에도 알려졌고 롯데 측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에 성심당 팝업스토어를 제안했다. 2013년 1월, 1주일간 열린 성심당 팝업스토어는 무려 1억5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후
서울과 부산 롯데백화점에서 열린 세 차례의 팝업스토어도 성공적으로 마친 성심당은 정작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의 입점 제안은 사양했다. 매출 성장만 생각하면 타 지역으로의 확장 전략이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역 정체성을 바탕으로 성장한 성심당이 대전을 벗어나면 본질을 잃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임 대표의 아내인 김미진 성심당 이사는 “대전 사람들이 외지에서 온 손님들에게 성심당을 소개하고 빵을 선물하며 대전에 성심당이라는 역사를 지닌 로컬 기업이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끼는 모습을 보면서 대전에 와야만 만날 수 있는 빵집으로 그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1
대전에 뿌리를 두고 성장한 성심당은 현재도 지역 상생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대전 지역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성심당 빵과 케이크를 사기 위해 몰린 많은 인파가 대전에 체류하지 않고 구매 후 물밀듯이 빠져나가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 성심당은 대전 중구 은행동 상점가 상인회에 상생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성심당 영수증을 가지고 은행동 일대 카페나 상점 등에 방문하면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은 물론 상인회의 아이디어로 성심당에서 구매한 빵과 케이크를 냉장 보관해주는 ‘빵장고’를 성심당 본점 1분 거리에 만들었다. 지하 사무실을 냉장 시설로 개조한 빵장고는 시간당 1000원의 이용료를 받고 빵은 영상 15도, 케이크는 영상 5도로 보관해준다. 타 지역에서 온 손님들이 성심당에서 산 케이크나 빵을 들고 대전 지역을 여행하는 불편함을 덜어준 것이다.
지역 상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빵장고는 은행동 상점가 상인회가 운영하며 이곳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성심당과는 무관하다. 성심당이 직접 운영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음에도 지역 상인들과의 상생 프로젝트의 일부로 참여하며 은행동, 나아가 대전시가 활성화되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70년 가까이 대전에 뿌리를 두고 지역과 상생하며 빵집을 운영해온 결과, 성심당은 강력한 로컬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현재 성심당 빵을 사기 위해 연간 전국에서 1000만 명 넘는 손님이 몰린다. 박 상무는 “약 90%가 타 지역에서 온 손님들”이라며 “매출 성장만 생각하고 다른 지역으로 진출하기보다 대전 지역과 함께 동반성장할 방법을 고민해왔기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2. 포용을 근간으로 하는 EoC 경영‘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십시오.’ 성심당의 사훈이다.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근심이 커지고 있을 때 김 이사에게 병마까지 덮치며 임 대표 부부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김 이사가 뇌수술을 받은 이후 휴식과 충전의 시간을 갖기 위해 떠난 필리핀의 포콜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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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인류학교에서 임 대표 부부는 성심당의 새로운 비전을 만나게 된다. 바로 ‘모두를 위한 경제(EoC, Economy of Communion)’다. EoC는 포콜라레 운동 창시자인 키아라 루빅이 선포한 개념으로 기업의 목표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주주와 직원,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와 구축한 개방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친교와 나눔’을 장려한다. 이 개념이 나눔의 전통을 가진 성심당의 이론적 토대가 돼줄 것이라 생각한 부부는 EoC를 경영 방식으로 채택했다. 2001년 성심당이 개인사업자에서 주식회사 로쏘로 법인 전환할 당시 EoC 기업임을 회사 정관에 명시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성심당은 EoC를 경영 철학의 중심에 두고 모두를 위한 포용 경제를 실천하고 있다. 일례로 매주 발행되는 성심당 사보인 ‘한가족 신문’에 주간 총매출과 고객 수, 객단가 등 매출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매출 이익의 15%를 직원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있다. 또한 당일 생산하고 남은 빵을 대전과 세종 지역의 130여 개 복지단체에 나눠주고 있다. 이렇게 기부하는 빵은 매년 8억5000만 원어치에 달한다. 일반 빵집들이 전일 생산한 빵이나 당일 마감 직전 빵을 할인해서 판매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박 상무는 “재고가 많이 남아도 기부를 통해 나눔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른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재고 부담 없이 계속 따뜻한 빵을 생산해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눔을 근간으로 하는 성심당의 EoC 경영이 지역사회는 물론 기업과 고객 모두에게 혜택을 주고 있는 셈이다.‘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겠다는 성심당의 경영 철학은 브랜딩에도 녹아 있다. 2005년 화재 이후 매장 인테리어를 다시 손보는 과정에서 김 이사는 성심당의 경영 이념에 등장하는 ‘모든 이’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성심당을 찾는 모든 사람’이라고 막연하게 떠올리기보다 ‘모든 이’를 분명하게 정의해야 성심당의 정체성을 매장에도 반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성심당이 지향하는 ‘모든 이’를 한 명 한 명 떠올렸다. 성심당을 찾는 손님은 물론 찾지 않는 사람, 성심당 직원과 거래처 직원,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 남녀노소 등 정말 그야말로 모든 사람이 좋게 여기는 공간이 돼야 했다. 오랜 고민 끝에 김 이사는 ‘따뜻한 가정집 같은 빵집’을 인테리어 콘셉트로 도출했다. 가정집이야말로 모두가 언제나 좋아할 만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가정집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기존 매장의 대리석을 걷어내고 나무로 된 마룻바닥을 깔았다. 마룻바닥과 노란 조명, 붉은 벽돌 등 따뜻한 가정집을 연상케 하는 성심당 본점은 현재까지 성심당다움을 담아내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3. 고객 가치 우선하는 가성비 제품성심당이 전국 각지에서 온 손님이 몰리는 빵의 성지가 된 건 단순히 지역 상생과 EoC 경영 등 사회적 가치에 충실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서비스 기업이 추구해야 할 본질적인 가치인 시장 지향성(Market Orientation), 즉 고객 가치에 충실했다. 특히 재료를 아낌없이 넣은 높은 품질의 가성비 제품을 선보이는 데 집중했다. 성심당의 히트 상품인 ‘딸기시루’가 대표적이다. 4만9000원에 판매되는 2.3㎏의 딸기시루에는 1㎏ 딸기 한 팩 이상이 들어간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딸기 케이크 수요가 높아져 1㎏ 딸기 한 팩 가격이 1만8000원까지 치솟기도 한다. 그럼에도 딸기시루 가격을 올리거나 딸기 양을 줄이지 않고 원재료비 인상을 감수하면서까지 가성비 좋은 제품을 고객에게 판매한다는 원칙을 지킨다.
재료를 아낌없이 넣는 만큼 공급망도 체계적으로 구축했다. 성심당은 딸기가 지역 특산물인 충남 논산시와 지난해 3월 MOU(업무협약)를 맺어 베이커리용 신선 딸기를 우선적으로 납품받고 있다.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도 지역과 상생하려는 성심당 특유의 DNA가 핵심 역할을 했다. 성심당은 MOU를 맺은 논산시가 지난해 개최한 ‘논산딸기축제’에 참여해 부스를 운영했다. 성심당은 축제 현장을 찾아 미니딸기시루, 딸기 튀김소보로 등 논산 딸기를 활용한 베이커리를 즉석에서 만들며 즐길 거리를 제공했다. 박 상무는 “딸기 값이 오르는 것보다 물량 부족으로 매장을 찾은 손님들에게 딸기시루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 더 걱정이었는데 상생 협력을 바탕으로 한 MOU로 공급 체계를 잘 구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재료를 아끼지 않는 가성비 제품으로 고객 가치를 추구하는 성심당의 경영 방식은 재무제표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2023년 말 기준 성심당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로쏘의 손익계산서를 분석해보면 매출액 약 1243억 원 가운데 매출 원가가 약 658억 원에 달한다. 매출원가율이 53%가량인 셈이다. 이는 파리바게트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의 2023년 매출원가율 약 54%와 비슷한 수준이다. 매출원가에는 원재료비를 비롯해 생산 과정에서의 인건비와 설비 구입 및 유지보수 비용 등이 포함된다. 직접 원재료를 수급해 매장에서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직영점을 운영하는 성심당은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비해 사업 구조가 단순하다. 공급 마진을 붙인 원재료를 납품하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비해 물류비도 적게 들고 직영점 5곳만 운영하기에 설비 구입 및 유지보수 비용 등도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비슷한 수준의 매출원가율을 유지한다는 것은 가격 대비 원재료비를 높게 지출하고 있음을 추정케 하는 지표라고 업계 전문가는 해석했다. 원가가 높아지더라도 최대한 양질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비결인 셈이다.
또한 성심당은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줄 수 있도록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며 효율적인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일례로 성심당은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등 매스컴 광고에 지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2023년 기준 성심당의 판매 및 관리비 약 270억 원 중 광고선전비가 2억4000만여 원으로 1%가 채 되지 않는다. 유명 연예인이 아닌 입소문에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가 담긴 전략으로 스타마케팅을 자주 활용하는 대형 제과업체들과 다른 행보다.
한편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보다 높은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고객 가치를 높이기 위해 효율적 경영을 추구한 결과였다. 대전 지역에서 모든 매장을 직영점으로 운영하며 현장에서의 직접 생산, 판매를 원칙으로 삼은 사업 구조가 물류비 등의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내면서 대기업 프랜차이즈 대비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박 상무는 “프랜차이즈 가맹 구조로 다른 지역으로 확장할 경우 고객들이 원하는 니즈를 파악하고 좋은 재료로 따뜻한 제품을 현장에서 바로 공급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대전 지역을 벗어나지 않고 본사의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한 직영점을 고수했다”고 말했다.
4. 인재 양성과 제품 혁신성심당에는 튀김소보로와 판타롱부추빵 같은 장수 효자 상품이 있다. 튀김소보로와 판타롱부추빵을 사가려는 외지 손님들이 많아 대기줄을 따로 마련할 정도다. 성심당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15년까지 35년간 판매된 튀김소보로는 약 3860만 개에 달한다. 하지만 이러한 효자 상품에만 기대지 않고 트렌드에 발맞추며 꾸준히 제품을 혁신하는 데도 힘썼다. SNS에서 화제가 된 딸기시루에 이어 2024년 4월, 망고시루를 출시하며 또 한번 ‘시루 열풍’을 일으켰다. 1인당 1개로 구매를 제한해도 매일 350~600개가 팔리는 등 인기가 뜨거워 재료 수급 문제로 당초 지난해 7월 말까지 예정돼 있었던 판매를 조기 종료할 정도였다.
망고시루와 같은 새로운 히트 상품을 꾸준히 개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성심당이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사내 신제품 경진대회가 있다. 성심당은 기본적으로는 상시적인 제품 개발 체제로 운영되지만 매년 베이커리 부문 1회, 외식사업 부문 1회씩 진행하는 경진대회를 통해서도 신제품 개발이 이뤄진다. 베이커리 부문 사내 신제품 경진대회의 2024년 주제는 ‘여름 케이크’였다. 성심당 롯데점 케이크부띠끄에서 일하는 천은경 대리는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망고를 맛있게 먹은 뒤 망고로 케이크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생망고 3개가 담뿍 들어가는 생크림 케이크인 망고시루 레서피는 각 부서장이 참여하는 서류 심사를 통과했다. 예선을 통과한 레서피는 시식용 실물 제품을 만들어 최종 입상작을 가리게 된다. 개인적으로 망고를 좋아하지 않는 임 대표는 처음엔 망고시루 레서피를 보고 과연 흥행이 될까 의심했다. 하지만 실제로 시식해 보니 예상과 달리 맛이 좋았다. 내외부 심사위원들의 품평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망고시루는 최종 입상작으로 선정됐다.
매년 열리는 사내 신제품 경진대회에서는 100여 개 제품의 새로운 레서피가 출품된다. 천 대리가 개발한 망고시루처럼 입상한 레서피는 실제 성심당 제품으로 출시된다. 수상자들은 해외 연수 기회도 갖는다. 성심당은 도쿄제과학교 연수 프로그램과 일본 지역 베이커리 벤치마킹 투어 등의 커리큘럼을 짜 수상자를 비롯해 매년 선발된 20여 명의 직원에게 해외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아직까진 일본이 제과 분야에서 앞서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 상무는 “1991년 성심당에 입사했을 당시에도 현장 셰프를 대상으로 벤치마킹을 위한 일본 연수를 보내주고 있었다”며 “성심당은 오랫동안 직원들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역량을 마음껏 펼칠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연수에서 벤치마킹한 제품이 실제 성심당 빵으로 출시되기도 한다. 성심당의 히트 상품 중 하나인 명란바게트가 대표적이다. 일본 후쿠오카의 베이커리들이 지역 특산품인 명란을 넣은 바게트를 판매하는 것을 본 성심당 직원들은 이를 벤치마킹해 명란바게트를 개발했다. 처음엔 명란의 비린내가 심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출시 후 손님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고춧가루와 마요네즈를 가미하며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수정, 보완했다. 꾸준히 팔린 명란바게트는 2018년 한 TV 프로그램에서 방송인 이영자가 극찬하며 화제가 돼 지금까지 성심당 매대를 당당히 지키고 있다.
성심당에는 신제품 개발을 위한 R&D 개발실이 따로 없다. 그럼에도 사랑받는 신제품이 계속해서 나올 수 있는 배경에는 정기적인 사내 경진대회와 해외 연수뿐만 아니라 상시적인 신제품 개발을 장려하는 성심당의 지원도 큰 역할을 한다. 일례로 성심당은 직원들이 일과 중뿐만 아니라 퇴근 후에도 남아 본인이 개발한 새로운 레서피를 테스트해볼 수 있도록 반죽실을 개방한다. 원재료도 신제품 테스트를 위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특수 재료가 필요할 경우 발주 요청을 하면 구매 본부가 구입해 현장에 넣어준다.또한 신제품 레서피를 팀장이나 부서장이 판단하지 않는다. 더 맛있고 품질 좋은 제품을 출시하기 위한 보완 의견을 줄 뿐 최종 평가는 제품을 사 먹는 고객이 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팀 내 보완과 협의를 거쳐 어느 정도 출시를 위한 레서피가 완성되면 실제 출시해 성심당 매대에서 고객으로부터 평가를 받는다. 수개월 판매했음에도 판매량이 저조하면 해당 제품을 개발한 직원들과의 협의를 거쳐 판매를 중단한다. 반면 망고시루처럼 새로 출시한 제품이 흥행할 경우에는 레서피를 개발한 직원을 특진시키는 등 파격적인 보상을 제공해 직원들이 꾸준히 신제품을 개발할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5. 사랑 중심 조직문화기업을 연구하는 ADP연구소의 직원 몰입 관련 데이터에 따르면 일상 업무에서 사랑, 힘, 기쁨, 흥미를 느끼는 직원들은 훨씬 생산적이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오래 회사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ADP연구소의 인력·성과 연구 책임자인 마커스 버킹엄은 사랑과 일이 공존하는 조직을 강조하며 이런 조직은 직원을 다수의 이해관계자 중 하나가 아닌 모든 이해관계자가 통합되는 지점으로 본다고 설명한다. “결국 직원이 있는 곳에서 실제로 일이 진행되고 제품 혹은 고객 가치가 창출된다”며 일과 사랑이 공존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직원을 기계의 톱니바퀴가 아닌 온전한 인간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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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룰루레몬을 꼽는다. 룰루레몬은 온보딩 과정에서 신입 직원들이 커리어와 개인적인 목표를 설정하도록 독려한다. 직원들은 자신의 목표가 회사의 CEO가 되는 것이든, 언젠가 자신의 패션 브랜드를 창업하는 것이든 똑같은 지지를 받는다. 직원 개개인의 목표와 야망을 존중하는 온보딩 프로그램과 조직문화 덕분에 룰루레몬은 신입 직원의 90일 근속률과 입사 1년 차 직원의 업무 몰입도를 업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일 수 있었다.
성심당 역시 직원 개개인의 목표를 존중하고 지원하며 일과 사랑이 공존하는 조직을 만들어가고 있다. 일례로 성심당에서 배운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개인 빵집을 차리는 직원들이 흔하다. 그런 이유로 성심당을 ‘제빵사관학교’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성심당 출신 셰프들이 퇴사 후 대전 지역에 차린 빵집이 많아지다 보니 ‘대전에는 어느 빵집을 가든 맛있다’는 소문이 날 정도가 됐다.
하지만 인재 양성을 위해 지원하고 투자했는데 셰프들이 이탈하면 허탈하진 않을까? 성심당은 입사하는 직원들의 목표가 결국엔 자기 색깔을 표현하는 개인 매장을 창업하는 것이란 사실을 염두에 두고 아낌없이 지원한다. 심지어는 창업 후 개인 빵집 운영에 실패해 다시 성심당으로 돌아오는 직원들의 재입사도 받아준다. 박 상무는 “3~4년 짧게 근무하고 창업하면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하니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직원들이 자신의 한계에 부딪혀보고 다시 배워야겠다는 마음으로 재입사를 희망하면 회사 입장에서도 좋은 사례라고 생각해 받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성심당은 인사 평가 제도에도 독특한 사랑의 문화가 내재돼 있다. 대표적으로 ‘사랑 평가’가 성심당 인사고과의 40%를 차지하는데 동료에 대한 배려와 관심, 존중 등을 실천한 사례에 대해 점수를 부여하는 식이다. 동료로부터 간식이나 음료를 선물 받거나 자신의 업무가 아님에도 기꺼이 도움을 주고받는 등 직원들이 직접 작성한 사랑 실천 사례는 사보인 ‘한가족 신문’에 매주 게재된다. 각 지점별로 본인이 자원하거나 추천받아 구성된 10여 명의 사랑실천위원회가 매월 수백 개의 사랑 실천 사례를 모니터에 띄워 함께 읽고 기준에 따라 점수를 차등 부여한다. ‘사랑’이 성심당 경영의 밑바탕이 될 정도로 중요한 가치인 만큼 임 대표가 사랑평가위원회에 직접 참여해 사랑 실천 사례를 듣고 평가 과정을 참관한다.
이렇게 부여된 점수는 인사고과 시기에 HR팀이 점수 통계를 내서 반영한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사례는 관계가 소원했던 직원들이 화해하는 경우다. 먼저 화해의 손을 내미는 용기를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아버지와 사이가 안 좋았던 여직원이 성심당에서 3~4년 근속하는 와중에 집에서도 사랑 실천을 위해 노력한 결과, 지금은 함께 손잡고 영화를 보러 갈 정도로 가족 관계가 개선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가족 신문에는 이처럼 생생하고 다양한 사랑 실천 사례가 매주 공유되고 있다.
“최종 목표는 빵 테마파크 조성”지난 70년간 수차례의 위기를 극복하며 성공 궤도에 안착한 성심당이지만 위기의식은 여전하다고 박 상무는 설명한다. 전국에서 온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대전 명물 빵집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고객의 기대치가 커질 것이고 그에 부응하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성심당은 매출 성장보다는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편리하게 쇼핑할 방법을 모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박 상무는 “전국 각지에서 많은 손님이 찾고 있는 만큼 공간 확장 등 당장은 고객의 불편함을 개선하는 것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장기적으로는 대전을 명실상부한 ‘빵의 성지’로 만들 수 있도록 빵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15년 성심당은 약 1만5000㎡ 규모 부지에 빵 공장과 연구시설, 학습과 시식 및 체험관 등 빵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사업을 계획하고 용역 조사까지 진행한 바 있다. 부지 선정 등 행정적인 문제로 실제 추진 단계까지 나아가진 못했으나 궁극적으로 빵 테마파크를 조성해 대전이란 도시의 문화, 그리고 성심당의 문화를 알릴 미래를 그리고 있다. 박 상무는 “빵을 주제로 한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어 ‘노잼’ 도시라 불리는 대전에 즐길 거리를 제공해 한번 더 지역사회와 성심당의 상생 발전을 꾀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DBR mini box 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가성비 빵으로 고객 잡고, 직원 투자로 인재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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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우량 서비스 기업의 조건
경영학자들은 오랜 기간 탁월한 기업들의 특징을 정의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다. 1982년 초판이 출간된 지 4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읽히는 경영 고전인 경영학자 톰 피터스의 『초우량 기업의 조건(In Search of Excellence)』이 대표적이다.i
이 책은 세계 3대 경영학자라는 칭송을 받는 톰 피터스의 대표작이다. 또 다른 경영 고전인 서비스 품질 분야의 대가 레오나드 L. 베리(Leonard L. Berry)의 『초일류 서비스 기업의 조건(Discovering the Soul of Service: The Nine Drivers of Sustainable Business Success)』도 서비스 분야에서 의미 있는 시사점을 주는 저서다.ii
피터스는 기업 경영에 있어 ‘탁월함(Excellence)’이란 개념의 의미를 잘 정의했다. 동시에 이런 탁월한 기업은 도대체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분석해 몇 가지 일반화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는 ‘다른 기업이 하지 않는 것’을 하는 기업이 탁월한 게 아니라 ‘다른 기업이 하는 것’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개선, 변화하고 초우량 조건을 유지하는 기업이 탁월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어쩌다 한번 잘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탁월함이 아니다.
그는 이어 초우량 기업의 조건을 8가지 차원으로 정리했다. (표 1) 초우량 기업의 첫 번째 조건은 “참되고 성실하게 힘써 행할 것”을 강조하는 ‘무실역행(務實力行)’이다. “부뚜막의 소금도 넣어야 짜다”라는 속담처럼 아무리 좋은 계획과 전략이 있어도 실행하지 않으면 성과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성심당은 변함없는 실행가(Do-er)인 동시에 나머지 차원에서도 초우량 기업의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고객에게 집중하며 가성비와 착한 가격을 견지하고, 직원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며, 핵심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성심당은 베리가 정리한 서비스 성공의 9가지 조건에도 부합한다. 첫 번째 조건인 ‘가치 지향 리더십’에서 성심당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임 대표는 ‘빵을 통해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란 물음에 집중하는 경영 철학으로 EoC를 실천하고 있다. 이 밖에도 실행과 신뢰, 직원에 대한 투자와 브랜드 구축 등에서 베리가 제시한 조건에 부합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임 대표는 선대 창업자로부터 이어온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동시에 ‘본질은 변하지 않으면서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변화하는 혁신’으로 세월의 무게를 견디며 ‘착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고객 불편 개선하며 ‘연결된 성장’ 이어가야
성심당은 직원과 고객, 지역사회 등 주요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좋은 기업으로 건강한 성장을 도모해왔다. 경영 철학도 ‘우리의 삶으로 주위를 더 이롭게 하는 것’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는 것’이다. 대전역을 오갈 때마다 성심당에 들러 빵을 사 들고 열차에 오르는 사람들을 보면 두 가지 연결을 떠올리게 된다. 첫 번째 연결(連結)은 ‘하나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고 두 번째 연결(戀結)은 ‘사랑하고 그리며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정이 맺어지는 것’이다. 성심당은 빵으로 사람을 하나로 이어지게 하고, 또 빵을 통해 정을 맺게 하는 사랑과 행복의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연결에 기반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사랑의 문화와 경영 철학이 존속돼야 할 것이다.
한편 성심당의 고객들이 구매를 위해 긴 줄을 서는 기다림과 불편함을 언제까지나 감내할 수 있을지는 고객 피드백을 계속 들어봐야 할 부분이다. 진정성 있는 성심당의 사업 원칙과 운영 방식이 오늘날 사랑받는 성심당 브랜드를 만들어왔지만 불편이 커진다면 고객들은 다른 대안을 찾으려 할지 모른다. 기다림 없는 편리함과 어디서나 살 수 있는 접근성, 맞춤형 서비스에 익숙해지는 소비자 트렌드가 성심당에는 딜레마가 될 수 있다.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품질의 차원을 알아야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연구iii
는 기업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10가지 차원을 제시한다. 핵심 성능, 특징, 내구성과 신뢰성, 심미성, 서비스 가능성, 개인적 이미지, 편의성, 리드타임과 대기시간, 고객화, 면대면 상호작용 등이다. 이 중 성심당은 편의성, 리드타임과 대기시간 면에서 서비스의 취약성을 가지며 개선이 필요한 영역이다. 기존의 원칙 고수와 신규 정책의 채택 사이에서 성심당 경영진이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전국의 고객이 기꺼이 대전으로, 성심당으로 향할 수 있도록 페인포인트를 경청하고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것, 창립 70주년을 넘어 100년 장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성심당이 안고 가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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