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한국의 대기업은 저렴하면서 우수한 인적 자본과 가족 중심, 평생직업, 연공서열에 기반한 급여 등의 전통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하지만 세계화로 인해 전통적인 가치가 약해지면서 충성도, 헌신, 동기부여 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직업 윤리가 요구되고 있다. 다른 한편 재벌 그룹의 리더십 또한 사법적 처벌과 정치적 사면의 굴레 속에서 신뢰를 잃고 있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으려면 스웨덴의 기업지배구조를 참고해 재벌의 재산권을 공식적으로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과 외국인 노동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크리스 롤리(Chris Rowley) 교수는 옥스퍼드대 켈로그칼리지의 객원교수이자 런던 시티대 베이즈경영대학원의 명예 교수이다. 고용 및 인적자원 관리(HRM), 특히 아시아 비즈니스 및 경영 연구 분야에서 선도적인 성과를 낸 바 있다. 동아시아, 특히 한국과 관련해 『The Changing Face of Korean Management』(2009), 『Management in South Korea Revisited』(2015), 『Leadership in East Asia: globalization, innovation and creativity in Japan, South Korea and China』(2020), 『War on Family Property Rights: Rethinking Governance Reforms for the South Korean Chaebol』(2022) 등 다수의 책을 공동 편집했으며 2025년 2월 『Routledge Handbook of Korean Business and Management』가 출간될 예정이다.2025년 미중 갈등과 경쟁의 심화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 기업의 성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전통 산업을 토대로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끈 대기업들마저 휘청거리면서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최근 열린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서 “과거 성장 공식이 유효하지 않은 만큼 모든 것을 뜯어고치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한국이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로 선진국의 글로벌 관행을 좇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한국 본연의 강점을 활용하면서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는 맞춤형 솔루션의 필요성이 커진다.
그렇다면 오랫동안 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기업 경영을 연구해 온 외국인 학자는 한국 기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국은 일제 식민 지배와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반세기 동안 소위 ‘한강의 기적’을 일으켜 ‘아시아의 호랑이’로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기적을 만들어 낸 주역인 한국 기업의 독특한 경영 스타일은 그동안 국내뿐 아니라 많은 해외 학자의 주목을 받아왔다. 크리스 롤리 옥스퍼드대 켈로그칼리지 객원교수는 특히 ‘인적자원관리(HRM)’ 분야에서 국가비교적 관점에서 동아시아와 한·중·일 경영 스타일의 특이성을 연구해 온 대표적인 학자다. 서구와 차별화된 동아시아의 경영 스타일에 주목해온 그는 한국 기업에 관해서도 수권의 책과 수십 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또한 한국 교수들과 공동 편집한 책 『Routledge Handbook of Korean Business and Management』를 2월 출간할 예정이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이 크리스 롤리 교수의 연구 성과와 더불어 그와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했다.
HRM 연구자로서 한국 기업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1990년대 영국 카디프대에서 일할 때 교수진이 일본 기업의 해외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 증가에 따른 영국의 일본화 현상을 연구했다. 당시 한국 기업들의 FDI도 늘고 있어 자연스럽게 일본과 한국의 HRM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국 HRM의 독특한 특성이 있다면 무엇일까.한국 기업은 성장 과정에서 자본, 천연자원 등이 부족하기에 인적자원의 중요성이 컸다. 1960년대 강력한 국가적 리더십하에 동원된 저임금 노동력을 기반으로 수출 중심 산업을 발전시켰다. 이후에는 높은 교육열과 대기업 내부의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기반으로 우수한 인력을 꾸준히 양성하면서 고부가가치 산업과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대기업들은 가족 중심, 평생 직업, 연공서열에 따른 급여 등의 전통적 가치를 토대로 강력한 내부 노동시장을 형성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는 모든 질서를 바꿨다. 처음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실시되면서 전통적인 가치들이 약화되는 대신 단기적이며 거래적인 관계가 강화됐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직업 윤리가 바뀌고 있으며 충성도, 헌신, 동기부여 등에서 과거에 없던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의 기업 문화는 동아시아 다른 국가들과 어떻게 다르다고 보는가.연구자들은 한국의 독특한 기업 문화를 집단주의와 진보주의를 결합한 ‘역동적 집단주의(Dynamic Collectivism)’로 정의해왔다. 특히 한국에만 존재하는 재벌의 기업 문화는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집단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집단주의는 재벌 내부 집단 구성원들에게만 적용돼 외부 집단과의 경계를 강화하고 경쟁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 같은 경쟁을 기반으로 한 진보주의는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하고 낙관적인 미래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됐다. 또한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와 ‘할 수 있다’와 같은 역동적인 정신이 형성됐다.
하지만 세계화의 영향으로 직원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커지고 있으며 재벌의 역동성을 보장해온 진보주의도 약화되고 있다. 창업자로부터 기인한 고유의 기업 문화가 엄연히 존재하지만 개인과 조직의 다양성이 확대되면서 재벌 그룹 간은 물론 그룹 내 계열사 간의 문화적 차이도 점차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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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그룹이 한국 경제 성장에 기여한 역할을 어떻게 보는가.재벌은 문어발식 다각화와 그룹 내 거래를 토대로 한 회복력을 기반으로 세계화 시기에 한국 경제의 급격한 성장을 이끌었다. 외부 관찰자 입장에서 보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재벌이 지속적으로 지배구조 개혁의 대상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탄력성을 유지하며 경이로운 사업적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흥미로운 연구의 대상이다. 재벌 기업은 정경유착의 비판을 받으면서도 특정 가문 중심의 지배구조를 3세대에 걸쳐 유지하고 있다. 또한 기술 및 조직 혁신을 통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며 성공을 거뒀다.
해외에서 재벌 그룹의 부패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크다.역사적으로 대기업 총수의 처벌과 사면이 반복되는 것은 한국 정부와 재벌의 유착 관계에서 비롯한 독특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재벌은 막대한 부를 창출해 경제 성장에 기여한다는 명분으로 소유권보다 큰 통제권을 발휘하고 문어발식 경영을 정당화해왔다. 정부는 재벌 개혁을 추진하는 한편 재벌이 창출한 지대의 일부를 공유함으로써 특정 가문의 부의 상속을 보호해왔다. 이는 ‘죄수의 딜레마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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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뇌물을 지불하고 자백을 거부하는 죄수를 경찰이 처벌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된다. 이 같은 국가와 재벌의 유착 관계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한 기업지배구조를 글로벌 기준에 맞게 개혁하려는 노력은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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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전면적인 개혁 요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재벌 가문의 3세대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재벌에 대한 능력주의와 경영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창업자의 후손들이 기술, 경험, 실력주의에 기반하지 않은 채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경우가 많다.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 문제도 여전하다. 구체적이고 복합적인 사안을 일정한 개념의 틀에 따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개념화 역량(conceptual skill)과 사람 간의 원활한 협력을 이끌어내는 인간적 능력(human skill)을 갖춘 전문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현대차가 대기업 최초로 스페인 출신인 호세 무뇨스 전 현대차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을 최고경영자(CEO)에 임명한 것은 한국에서 ‘어떤 규칙에도 예외가 있을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로 의미가 크다. 이는 외국인 리더를 찾기 힘든 한국의 전통적인 기업 문화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재벌 개혁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민주화 이후 공정한 경쟁을 강조하고 주주권리 보호, 노조의 경영 참여를 강화하는 기조가 계속되는 한 재벌 그룹은 상속을 위해 뇌물을 수수하거나 내부 거래를 해 처벌을 받는 악순환의 고리에 계속 얽매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기업이 이 같은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재벌 그룹의 재산권을 공식적으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먼저 재벌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정의가 필요하다. 즉 재벌이 전적으로 가족 소유인지, 혹은 국가, 노동조합, 소수 주주 등 이해관계자가 공유하는 공적인 기관인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대부분 재벌 그룹의 가문은 첫째 아들을 상속인으로 세습하는 것을 고집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불법적인 방법을 몰래 모색하거나 아니면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스웨덴의 기업지배구조 모델과 유사한 방식으로 소유자 가족의 책임을 강화하면서 이해관계자의 경영 참여 속에서 가족 소유와 첫째 아들 상속을 합법화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재벌의 소유권 집중을 합법화하고, 리스크가 큰 은행을 제외한 금융회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상속세를 줄여 사유재산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한편 재벌이라는 이유로 사면 등의 특혜를 받지 못하도록 하고 부패 자체를 법적으로 강력하게 처벌한다면 국가와 재벌이 결탁할 필요성이 사라질 것이다. 스웨덴식 지배구조를 한국의 맥락에 맞게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뜻이다.4
저출산과 고령화는 한국 경제 성장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문제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가?한국은 출생률의 급속한 하락으로 노동인구의 고령화와 부양 부담이 커지는 ‘인구 시한폭탄’ 에 직면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기업 내부와 외부에서 유휴 노동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예컨대 기업 내부적인 측면에서 여성 인력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와 기업 문화로 인해 여전히 공공, 민간, 비영리조직에서 여성 노동자가 상위 직급에 오르는 비율이 극히 적은 편이다. 한국은 2021년 기준 전국 사업체 가운데 여성이 CEO인 곳이 37%로 10년 전인 2000년 34%에서 겨우 3%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외부 노동력을 더 잘 활용하기 위해 영국과 같은 선진국은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반면 일본, 한국, 중국과 같이 인종적으로 동질적인 국가에서는 이런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 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민의 증가와 외국인의 존재는 정보와 거래 비용을 줄이고 혁신을 촉진함으로써 국제 무역과 외국인 직접 투자를 증가시킨다. 미국의 사회학자인 마크 그라노베터의 ‘약한 유대관계의 힘’ 이론에 따르면 서로 다른 집단의 구성원들 간 관계를 통해 형성되는 약한 유대 관계는 다양하고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과 혁신적인 사고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외국인의 존재는 새로운 아이디어 및 지식 공유를 활성화함으로써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 외국인 거주자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특히 서방 국가 출신이 줄고 글로벌 사우스 지역, 즉 남반구와 북반구 저위도에 위치한 개발도상국 출신이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이 감소한 데는 비용, 교육, 공기질, 환율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는데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미국과 유럽의 지정학적 전략이 바뀐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동안 중국 제조업을 활용해 비용 절감을 추진하던 미국과 유럽이 디커플링 혹은 디리스킹을 추진하며 자국의 제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중국에 거주하는 선진국 출신 외국인의 상당 비중이 높은 학력과 고급 기술을 갖춘 전문직이었음을 감안할 때 이들의 감소는 향후 중국의 경제 성장, 특히 기업가정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개방성과 자유 등의 측면에서 한국은 중국보다 외국인 유치를 위한 여건이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중국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인구가 감소한다면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한국의 HRM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한국은 아시아의 공통된 유산을 기반으로 한국만의 독특한 경영 스타일을 발전시켜왔다. 그런데 정작 기업들과 연구자 모두 한국의 토양에 적합한 솔루션을 구축하기보다 선진국, 미국의 시스템을 무비판적으로 그대로 수입해 적용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기존 한국의 HRM 시스템은 ‘모방’ 전략을 통해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같은 개발도상국의 도전에 방어하는 동시에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선진국에 대응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 한국은 현재 저임금에 기반한 경쟁력을 상실했으며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기술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하지만 노동인구 감소와 직업 윤리의 변화는 이 같은 미래를 더욱 험난하게 만들고 있다.
기술 수준은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후발 주자로 산업화를 추진한 한국은 스스로 혁신하기보다는 다른 선진국으로부터 배우는 데 집중했다. 외국으로부터 턴키 방식의 공장 및 자본재를 조달함으로써 기술 이전을 받았으나 작업 환경은 근로자들의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변화하지 않았다. 예컨대 한국의 공장 근로자들은 생산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재량권이 적으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대립적인 노사 관계도 경직된 근로 환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주도의 교육 시스템이 새로운 기술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정부 교육 시스템은 수학, 과학, 언어 같은 전통적인 과목에 집중돼 있으며 신산업에서 요구하는 컴퓨터과학, 코딩, 기타 기술 교육을 강조하지 않는다. 창의성, 비판적 사고,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기보다 암기 및 시험 응시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술 교육은 기업에서 제공하는 직장 내 교육 훈련(OJT)에 의존하고 있는데 선배 근로자가 현장에서 가르치는 식으로 체계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창의성, 혁신성, 학제 간 학습에 더 중점을 맞춘 교육 시스템의 변화가 근본적으로 필요하다.
‘조용한 퇴사’가 유행할 정도로 직장인들의 업무 몰입도가 떨어지면서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장기 고용과 연공서열에 따른 보수 체계가 붕괴하면서 충성심과 평생 헌신에 기반한 전통적인 직업 윤리가 사라지고 있다. 여러 연구가 한국 기업, 특히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회사에 대한 충성심과 헌신이 감소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아시아 경제 위기에 대규모 기업 구조조정이 발생한 이후 기업에 대한 직원들의 충성도가 크게 약화됐다. 근로자들은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같은 회사에 오래 머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업무 환경이 점점 더 거래적으로 바뀌면서 상당수의 근로자가 더 나은 급여와 혜택을 제공하는 직장으로 계속해서 이직하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 같은 전통적인 직업 윤리의 위기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냈다. 많은 한국의 젊은 직장인들이 코로나19 이후 회식 같은 단체활동의 부활을 싫어하고 있으며 이를 개인적인 시간을 침해하는 구시대적인 회사 문화라고 여기고 있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는가.한국은 서구 국가들이 2~3세기에 걸쳐 이룬 산업화를 불과 수십 년 만에 달성했다. 그 과정에서 경제, 정치, 사회, 문화적 변화가 극도로 압축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른바 ‘압축된 근대성(compressed modernity)’이 현재 비용과 리스크를 유발하면서 국가의 지속가능성과 발전을 위협하고 있다. 기술 수준이 개선되지 않은 채 급속한 산업화가 이뤄지고 출산율의 급격한 하락이 경제 발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교육, 복지, 노사관계 등 사회적 시스템의 약점을 개인과 가족이 보완하고 있다. 직업 윤리 또한 급격히 바뀌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물론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선진 자본주의 경제를 따라잡으며 새로운 산업 강국으로 떠오른 동아시아 국가들, 중국과 일본에서도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이다. 한국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려면 이 같은 변화에 적합한 경제 및 사회 정책을 설계하고 활용해야 하며 이런 대응에 따라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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